복도를 걷는 건 고양이지만, 풍채와 분위기는 진짜 왕이었다
조용한 집 안 복도. 바닥에 반사되는 햇빛 위로 무언가 둥글고 우아한 실루엣이 느릿하게 다가옵니다. 소리는 없습니다. 단지 묵직한 기운 하나가 공간을 가득 채우죠. 그리고 마침내—한 마리 뚱뚱한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등 위에는 금빛 테두리의 벨벳처럼 보이는 망토가 사뿐히 얹어져 있었고,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마치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듯한 당당함이 실려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습니다. 일정한 템포로 복도를 직진하며 꼬리는 살짝 치켜올려졌고, 망토는 그 뒤를 따라 부드럽게 흘렀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어깨 위에서 살짝살짝 출렁이는 망토의 자락이 꼭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듯 보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그 표정이었습니다.
‘세상만사 별 거 아냐’라는 여유.
‘내가 곧 중심이다’라는 확신.
어쩌면 망토는 단순한 장식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그것을 마치 대관식에서 받은 휘장처럼 소중히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뚱뚱한 체형만으로도 뿜어져 나오는 품격과, 묘하게 우스우면서도 경외심을 자아내는 매력이 공존했죠.
레딧 유저들은 이 장면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이 정도면 왕이 아니라 황제야”라는 댓글부터, “내가 만약 이 집의 집사였다면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렸을 듯”이라는 농담까지, 모두 이 고양이의 ‘존엄미’에 빠져버렸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반려묘 앞에서 ‘아랫사람’처럼 느껴졌던 적 있지 않으신가요? 고양이들은 때로 우리가 모시는 왕처럼 구는 걸 참 좋아하죠.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는 그런 고양이의 표정 하나, 걸음 하나에 감탄하며, 웃으며, 기꺼이 무릎 꿇곤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태도도 어쩌면 우리를 웃게 하기 위한 작은 연극일지도요. 왕은 단지 명예로운 자리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중심이 되어주는 존재이니까요.
그리고 그날 복도를 걷던 고양이는 분명, 우리 마음의 중심에 앉아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