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르 한 입, 전투력 만렙

긴장감이 감도는 거실 한복판, 두 마리 고양이가 서서 서로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마치 무협 영화의 결투 전 장면처럼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묘하게 무겁습니다. 수염은 살짝 들썩이고, 꼬리는 가볍게 꿈틀. 한쪽 눈썹이라도 먼저 흔들리면 그게 시작 신호일 듯한 분위기죠.

하지만 이 결투엔 조금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츄르 타임. 옆에 앉은 주인이 진지한 표정의 두 고양이에게 츄르를 번갈아 내밉니다. 한 고양이가 핥기 시작하자 눈빛이 잠깐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금 고개를 돌려 상대 고양이를 노려봅니다. 그 다음은 상대 차례. 츄르를 쭉쭉 빨며 잠시 정신이 몽롱해진 듯하지만, 끝나자마자 다시 불꽃 튀는 눈빛 복귀.

이것이 바로 고양이 세계의 “에너지 포션 시스템”일까요? 싸움은 잠시 뒤로 하고, 에너지 보충 먼저. 레딧 반응 중에도 “고양이 버전의 드래곤볼 전투 준비씬 같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이 장면은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누군가는 “츄르 한 입 먹고 쿨타임 도는 중”이라고 표현했죠.


흥미로운 건, 이 두 고양이의 싸움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서로를 노려보긴 했지만, 츄르가 계속 들어오자 경계도 한 풀 꺾이는 모습이었어요. 어쩌면 진짜 필요한 건 싸움이 아니라 츄르였을지도 모르죠. 혹은 츄르가 ‘감정의 완충제’ 역할을 해준 걸까요?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인간 세상에도 이런 ‘츄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 한 입 먹고 마음이 풀리는 무언가. 어떤 분에겐 커피 한 잔일 수도, 어떤 분에겐 친구의 농담 한마디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마음이 복잡하고 누군가와 부딪히기 직전이라면, 혹시 잠깐 멈추고 나만의 츄르 한 입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