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문 앞에 선 고양이와 그 뒤를 읽는 주인의 절묘한 순간
철문 앞에 조용히 서 있는 한 고양이. 이마에 살짝 그늘이 진 듯한 표정으로 문을 올려다보며,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습니다. 잠시 후, 고양이는 갑자기 단단한 각오를 다진 듯, 몸을 움찔하더니 손잡이 쪽으로 정확하게 뛰어오릅니다.
철컥. 그러나 문은 바로 열리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가 기대하는 고양이의 영리한 ‘도어 해킹’ 장면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다음 장면은 조금 다릅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문 너머에서 고개를 내민 건 바로 고양이의 주인. 그 손에는 익숙하게 고양이를 안는 동작이 이어지고, 고양이는 마치 “그래, 이 정도면 됐지”라는 표정으로 얌전히 안깁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누군가 이렇게 말했죠.
“이건 그냥 똑똑한 게 아니라, 주인을 원격 조종한 거야.”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고양이는 문을 여는 법을 안다는 듯한 몸짓을 보여주었고, 주인은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타이밍 맞춰 문을 열어 안아 올렸습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둘 사이에 쌓인 일상의 언어 없는 약속일까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도 이런 순간을 자주 마주합니다. 아무 말도 안 해도, 그저 눈빛이나 몸짓 하나로 마음을 읽는 사이. 가족, 친구, 혹은 반려동물과 나누는 그런 조용한 교감이요. 어쩌면 고양이는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문 뒤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두드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런 사람이 곁에 있었나요? 혹은 여러분이 그런 ‘문을 열어준’ 사람이 되어준 날이었나요?
하루의 끝에 생각해 보면, 문을 열어주는 일은 단순히 손잡이를 돌리는 행동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고양이는 행동으로 말을 했고, 주인은 그걸 알아챘죠. 그렇게 둘은 짧은 장면 속에서도 깊은 연결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교감을 놓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잠시 돌아보게 됩니다. 말없이 건네는 신호, 조용히 내미는 손길, 문을 열어주는 그 작은 배려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순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