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난간 위 작은 환영식

저녁노을이 집 앞 골목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익숙한 창가에 작은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고, 그 앞 난간 위에 조심스럽게 몸을 실은 강아지 한 마리가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귀는 하늘을 향해 바짝 서 있고, 앞발은 작은 난간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채, 동그란 눈동자는 길 저편을 향해 고정되어 있죠. 창문 너머의 세상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강아지는 그보다 반가운 얼굴을 먼저 찾고 싶었던 걸까요?

주인이 골목 끝에 들어서는 순간, 강아지의 꼬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혹시… 맞나?’ 하는 듯 망설이던 눈빛이, 확신이 들자마자 환하게 바뀝니다.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대신, 조용히 바라보는 그 시선 속에는 하루 종일 켜켜이 쌓였던 그리움이 스며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귀와 털, 가느다란 앞발로 버티는 모습은 연약하면서도 무척 단단해 보입니다.


레딧의 한 유저는 “이런 환영이라면 매일 야근도 괜찮을 것 같아요”라며 웃픈 공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짧은 장면 하나가,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강아지가 보여준 기다림이 단지 ‘기다림’이 아니라, 온전히 누군가를 향한 믿음의 표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를 찾고, 또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주길 바라는 존재입니다. 창밖 난간에 몸을 실은 그 작은 존재처럼 말이에요.
혹시 오늘 여러분도,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여러분이 누군가의 창가 아래, 걸음을 멈춰본 적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