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라도 일어나길 바라며, 하루를 흘려보내는 강아지의 순간

베란다 펜스 아래, 한 마리 강아지가 몸을 길게 뻗은 채 엎드려 있습니다.
턱은 펜스에 조용히 기댄 채,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에는
그저 ‘지루하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깊은 감정이 녹아 있습니다.

귓바퀴는 축 늘어지고, 눈동자는 반쯤 감긴 듯 말듯한 애매한 표정.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귀 끝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걸 보면,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닌 것 같죠.
“혹시 지금쯤 누가 나를 불러줄까?” “누가 지나가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라도 하는 듯, 조용히, 아주 조용히 기대어 있는 그 모습에는
한낮의 무기력함과 작은 희망이 섞여있습니다.

사람도 종종 그러지 않나요?
바쁜 일상에 지쳐 멈추고 싶을 때, 그냥 창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고 싶을 때.
그저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랄 때 말이에요.

레딧 댓글 중 한 사용자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저 표정, 내가 월요일 오전 9시에 일할 때랑 똑같아…”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찡해지는 건 왜일까요?

어쩌면 강아지도 그런 순간을 보내는 걸지도 모릅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는 날,
그냥 잠시 조용히 쉬고 싶을 때.
그리고 그럴 땐, 꼭 누군가 따뜻하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줬으면 좋겠는 마음.

혹시 오늘 당신도, 그 강아지처럼 멍하니 기대고 싶은 날은 아니었나요?
누군가가 당신의 지루함과 무기력을 알아봐 주길 바라며, 말없이 하루를 견디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도 서로의 ‘펜스’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