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한복판, 기묘하지만 완벽한 낮잠 명당
한산한 옷가게 내부, 말 없이 서 있는 마네킹들 사이에서 무언가 생명 있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다가가 보니—한 마리 고양이가 마네킹 다리 위에 몸을 길게 뻗은 채 누워 있습니다. 게다가 그 자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네킹의 허벅지를 침대 삼아 몸을 올리고, 한쪽 앞발은 마네킹 손에 살짝 기대듯 올려둔 채, 마치 주인의 무릎에 안겨 자는 고양이처럼 편안히 눈을 감고 있었죠.
고양이의 다리는 축 늘어져 있고, 턱은 마네킹 손등에 조용히 얹혀 있습니다. 그 표정은 한마디로 ‘여기 아니면 안 돼’라는 듯 절대적인 안정감이 깃들어 있었고요. 주변의 진열대, 쇼핑백, 지나가는 손님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이곳이 사람이 오가는 상점 한가운데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고양이는 그저 ‘내 자리에 누워있다’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고양이 특유의 자세한 체형 센스 덕분일까요? 마네킹 다리의 곡선에 완벽히 맞춘 몸의 각도, 손에 기댄 목의 각도는 마치 처음부터 이 조형물이 이 고양이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죠.
레딧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건 마네킹이 아니라 고양이 의자네”, “디자이너 의도보다 고양이 의도가 더 완벽해”라는 유쾌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누가 보면 옷가게 컨셉인 줄 알겠다”며, 이 고양이를 디스플레이 일부로 착각했다는 댓글도 있었죠.
여러분도 이런 장소, 있으신가요? 딱히 누워야 할 이유도 없지만, 막상 기대보면 이상하리만큼 편안한 장소. 고양이는 그걸 누구보다 잘 찾는 재주를 타고난 것 같습니다. 기묘한데 완벽한 장소, 낯설지만 가장 안정적인 자리. 어쩌면 우리도 그런 곳 하나쯤은 마음속에 만들어 두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요?
마네킹 위의 고양이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필요한 건 누울 수 있는 푹신한 소파가 아니라—가장 뜻밖의 곳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내 자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