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만 보면 들어가고 싶은 고양이의 본능, 이사 중에도 예외는 없네요

바닥에 놓인 반투명한 플라스틱 서랍 속, 누가 봐도 딱 맞는 그 공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쏙 들어가 있습니다. 막 서랍을 꺼낸 듯 주변에는 짐 정리의 흔적이 엿보이고, 그런 와중에도 고양이는 그 공간을 마치 오래전부터 자기 것인 양 차지한 채 가만히 앉아 있죠. 꼬리는 말려 들어가 있고, 앞발은 가지런히 접혀 있으며, 표정엔 아주 약간의 ‘뿌듯함’이 서려 있습니다.

서랍 벽을 통해 비치는 희미한 고양이의 실루엣은 마치 그림자처럼 부드럽고 단정합니다. 그렇게 작고 포근한 공간 속에 스며든 듯 몸을 웅크린 채, 고양이는 일말의 움직임도 없이 자신의 존재를 고요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마치 이 서랍이 원래부터 자신을 위한 보금자리였다는 듯이요.

“그래, 고양이는 공간을 선택하지 않아. 공간이 고양이를 받아들이는 거야.”
레딧 한 사용자의 농담 섞인 댓글처럼, 고양이에게 중요한 건 그곳이 어딘지가 아니라, ‘내가 들어갈 수 있는가’일 뿐이니까요.

혹시 여러분도 비워진 상자나 서랍을 잠시 두었다가 고양이에게 점령당해 본 적 있으신가요? 준비 중인 짐들 사이로 슬며시 몸을 밀어 넣고, 어느새 그 자리를 차지한 채 졸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그런 순간은 매번 놀랍고도 사랑스럽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운 평화를 찾아내는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에도 그런 ‘작은 서랍’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세상이 어지럽고 마음이 분주할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조용하고 따뜻한 구석. 거기서 스르르 눈을 감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 바쁜 하루 중 나만의 서랍을 찾는 일, 지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