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넘긴 건 나지만… 지금은 그냥 누워있을 뿐이야

거실 한복판. 누군가의 소중한 화분이 그대로 쓰러져 있습니다. 초록빛 식물은 한쪽으로 기울고, 화분 속 흙은 바닥을 뒤덮은 채 널브러져 있죠. 그런데 그 흙 위에, 아주 자연스럽게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습니다. 몸을 반쯤 뒤집은 채로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이에요.

그 표정은 더더욱 기가 막힙니다. 눈은 멍하니 떠 있고, 앞발은 힘 없이 옆으로 떨어진 채, 마치 이렇게 된 것도 억울하다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내가 왜 여기 있냐고? 그걸 왜 나한테 묻지?”라는 듯한 태도. 하지만 주변 상황을 보면, 모든 정황이 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화분은 무너졌고, 흙은 흩어졌고, 그 한가운데 고양이가 있습니다. 거기다 발에 흙까지 살짝 묻어 있으니, 증거인멸은 실패한 듯하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주인은 당황 반, 웃음 반의 표정으로 고양이를 바라봅니다. 고양이는 시선을 살짝 피해가며 몸을 더 깊숙이 흙 속에 묻습니다. “이건 내가 만든 일이 아니고, 내가 지금 가장 큰 피해자야”라고 말하는 듯한 무언의 항의.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자리에 누워있게 됐는지, 아마 본인도 모를지도 모릅니다.

레딧 사용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죠. 한 댓글엔 “고양이들은 죄책감이라는 걸 모르고 태어난 듯”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죄의식은 없지만 태연함은 최고, 그것이 고양이의 매력 아닐까요?

이런 장면, 여러분도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조용한 오후, 어디선가 ‘쿵’ 소리가 나더니 나타난 건 ‘순진한 얼굴’의 고양이. 사고의 현장에 누워 세상 억울한 얼굴로 “왜 나만 의심하냐”는 듯 바라보는 모습. 한 번쯤은 다들 겪어보셨을 거예요.

그럴 땐 어쩌면 우리도 고양이처럼 태연해지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일이 잘못됐을 때, 굳이 변명하지 않고도 그 상황을 그냥 몸으로 받아들이는 여유.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우는 인생의 자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