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말아요, 그 손길이 생각보다 따뜻했거든요
햇살이 은은하게 퍼진 골목길. 콘크리트 바닥 위에 낯선 듯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 꼬리는 느릿하게 바닥을 휘젓고 있고, 눈은 살짝 감긴 채 어딘가 나른한 기운이 감돕니다. 고양이의 털은 까맣고 윤기 있어, 그동안 누군가의 손길이 자주 닿진 않았더라도 스스로 부지런히 몸을 단장해온 듯한 흔적이 남아 있죠.
그 앞에 앉은 사람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밉니다. 고양이의 얼굴에 손이 닿자, 그 조심스러움은 곧 친밀함으로 바뀝니다. 고양이는 더는 경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등을 낮추고 고개를 푹 숙이며, 손길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려는 듯한 몸짓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따뜻한 쓰다듬이 잠시 멈추자—고양이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그 작은 얼굴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사람의 손끝을 향해 움직입니다. 머리를 살짝 비틀고, 눈을 반쯤 뜨고, 다시 손등 쪽으로 얼굴을 가져갑니다. “아니야, 멈추지 마.”
말은 없지만, 고양이의 움직임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고양이는 사람의 손이 다시 움직이길 기다리며 몇 번이나 머리를 비비고, 때로는 앞발을 미묘하게 구부려 작은 반응을 보입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고 간절한지, 손을 멈춘 사람조차 웃으며 다시 손을 움직이게 되죠.
레딧 한 유저의 댓글처럼,
“이건 단순한 ‘쓰다듬어줘’가 아니라, ‘여기서 잠깐 머물러줘’라는 말 같아.”
사람과 길고양이 사이에 생기는 짧고 묘한 공감. 그건 꼭 말이 오가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이죠.
이 고양이는 단순히 쓰다듬는 손길이 좋았던 게 아니라, 그 순간 자신이 환영받고 있다는 걸 느꼈기에 계속 원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가끔은 누군가의 손끝 하나가 마음을 흔들기도 합니다.
아무 계획 없이 마주친 길 위에서, 작은 생명이 보여준 ‘더 가까이’라는 신호. 그건 단순한 애교가 아니라, 세상과 이어지고 싶다는 조용한 외침 아닐까요?
